[사설] 득실 면밀히 따져야 할 부가세 납부제 변경
조세연구원이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 도입을 제안하고 나섰다. 판매자가 소비자에게서 식대나 물품대금에 포함시켜 받아 나중에 납부하는 현행 방식을 소비자가 직접 내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조세연은 이를 통해 세수증가가 연간 7조원대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는 조세연의 취지에 공감한다. 현금으로 식대를 내면 공공연히 할인해주는 식당이 적지 않을 정도로 부가가치세를 판매자가 가로채는 세금 도둑질을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증세 없는 복지 강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국정목표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짜낸 노력 역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부가세 납부제도 변경이 과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지는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대편익 이상의 비용과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다양한 거래형태가 더 복잡해지고 영세 사업자들의 채산성이 나빠져 사회적 위화감이 심화할 위험도 크다. 제도를 바꾸면 현금 사용이 늘어나 오히려 과표추적이 어려워지고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세율인상이 아니라 납부제도 개편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1977년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될 때도 정부는 영업세와 물품세 등 9개의 다양한 간접세를 통합하는 납부제도 개편이라고 설득했으나 결과는 실질적인 세율인상과 2차 석유파동과 맞물린 물품가격 상승 러시였다. 자칫 납부제도 개편이 전반적인 가격인상을 초래한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기획재정부가 조세연의 제안에 '무리'라며 난색을 표했다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기왕에 납부제 변경론이 나온 마당이라면 부가세율 인상안을 포함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대선 직전 김종인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조원동 조세연구원장(현 청와대 경제수석)이 부가세 인상론을 주창했을 때보다도 재정수요는 더 커진 상황이다. 증세 없는 세수확보 아이디어를 짜내기보다 어려워진 재정현실을 직시해 전반적인 세제개편을 위한 여론수렴에 착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