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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성규 유암코 사장
"금융시장, 유암코 없다면 해외 투기세력 사냥터 될것"
입력시간 : 2011/06/19 17:15:46
수정시간 : 2011/06/20 0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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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15% 수익주면 투자"… 해외투기 자본 입질에
"카지노 노릇 할수 없다" 정중하게 돌려보내

1조원 규모 빅플레이어 3~4곳으로 키우고
중·장기 물량도 나와주면 부실채권 시장 선순환


"국내에 유암코와 같은 기관이 없다면 우리 금융시장은 또다시 해외 투기자본의 사냥터가 될 겁니다."

외환위기 이후 100개가 넘는 부실기업들을 처리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자리매김한 이성규(사진) 유암코 사장. 그는 요즘 환란 직후보다 오히려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도맡아 처리하는 유암코의 대표를 맡은 지 벌써 2년이 다가오는데도 일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유암코의 설립목적은 부실채권 가운데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것은 회생시키는, 한마디로 '미운 오리'를 '백조'로 둔갑시키는 해결사 역할이다. 그런 그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일성으로 꺼낸 투기자본 얘기는 당연한 듯하면서도 우리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사라지지 않는 투기자본의 염탐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다. 한 해외투자기관이 이 사장 측에 접촉해왔다. 요지는 한국의 부실채권 등 투자시장에 관심이 있다는 것. 이 사장은 그들이 어떤 제안을 할지 들여다보고 코웃음을 쳤다. 제안내용은 '연 15%' 수익률만 보장하면 우리나라에 투자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장은 이들에게 "관심 없다. 그냥 가시라"고 손사래를 쳤다.

"요즘 국내 부실채권시장에 투자하겠다고 문의해오는 해외 자본들은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에서 부실채권에 투자해 연 25%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맛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보다 이번에 눈높이를 많이 낮췄다며 연 10%대의 수익률에 자본을 대겠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사실 국내에는 지금 돈이 넘쳐 연 7~8%의 수익률만 줘도 감사하다는 기관투자가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뭐 하러 국내 투자자를 외면하고 해외 투자가만 좋은 일을 시키겠습니까."

이 사장이 요즘 일부 해외투자가들의 콧대 높은 제의를 정중히 고사하는 배경이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부실채권시장만큼 투자하기 좋은 곳도 드물다는 게 이 사장의 분석이다. 우선 토지 같은 부동산 가격도 정부가 책임지고 공시해 투자자가 자산가치를 투명하고 편리하게 매길 수 있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같은 법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 복잡한 이해ㆍ권리관계가 얽힌 기업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하거나 회생시킬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부실채권에서 '재미'를 봤던 해외 투자기관들은 이후 동구권 등의 부실채권시장에도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의 법ㆍ제도나 자산가치 산정 인프라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것을 파악하고 또다시 대박을 찾아 PF 부실채권 등으로 시끄러운 우리나라로 U턴하고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외국계 자본에 대박의 공간되지 않을 것

이 사장은 이번에는 과거처럼 우리나라가 '잭팟'을 노리는 외국계 자본의 '카지노' 노릇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부실채권시장에도 유암코와 같은 빅플레이어가 3~4곳은 양성돼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연 평균 잔액 기준으로 부실채권 투자운영 규모가 1조원대에 이르는 기관들이 3~4곳은 국내에 있어야 과거 외환위기나 이번의 PF 부실사태와 같은 돌발위기 발생시 금융권의 부실확대를 조기에 차단하고 해외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대로 1조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3~4곳의 빅플레이어가 상시 대기하려면 국내 부실채권투자시장이 매년 평균 4조원 안팎의 규모를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부실채권을 혼자 끙끙대며 끌어안지 말고 수시로 부실채권시장에 떠맡기는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들은 부실채권을 조기에 털어내 경영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고 유암코 같은 기관들은 투자물량을 넉넉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궂은 일은 유암코에…은행은 굿뱅크 역할만 하면 돼

이 사장은 "불량채권을 해결하는 배드뱅크 역할은 유암코가 맡겠다. 은행들은 안심하시고 굿뱅크 역할에 전념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은행들도 부실채권 중 자체적으로 살릴 물량이 있다면 손에 더 쥐고 기다려볼 수 있겠지만 솔직히 해당 채권을 유암코가 관리하는 베드뱅크에 넘기면 은행 자체적으로 처리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관리비용으로 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은행으로서는 배드뱅크에 넘긴 부실채권이 나중에 정상채권으로 살아나면 자기 지분만큼 수익률도 가져갈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침 국내 부실채권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낙관론을 폈다. 공급(부실채권 물량)과 수요(투자자금)가 모두 확대되고 있다는 것.

"이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금융기관들은 과거처럼 부실채권을 자산담보부증권(ABS)으로 떠넘겨도 (재무제표상으로 부실을 떨어내는) 진성매각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도 이제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은 부실채권시장으로 계속 넘길 것입니다."

그는 이어 "부실채권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국내자금도 넘치는데 최근에는 증권사ㆍ보험사 등의 투자문의가 이어진다"며 "유암코 자체적으로도 투자자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는데 우리가 기표채를 발행하면 시중은행보다 나은 'AA-' 등급으로 연 5%대 금리의 값싼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부실채권 물량구성 다면화돼야

다만 이 사장은 국내 부실채권시장이 지속적으로 선순환하려면 시장에 공급되는 절대물량뿐 아니라 물량의 구성도 다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국내 은행 등이 듀레이션(투자원금 회수기간)이 1년 이내로 짧은 물건들을 주로 부실채권시장에 내놓았는데 앞으로는 듀레이션이 (3년ㆍ5년 등으로) 긴 중장기 투자물건들도 시장에 나와줘야 유암코와 같은 빅플레이어가 상시 대기하며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암코가 최근 'PF정상화뱅크'라는 사모투자펀드(PEF) 형태의 배드뱅크를 통해 은행 부실자산을 도맡게 된 것을 빅플레이어 육성의 신호탄으로 꼽고 있다.

"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PF 부실채권은 6조4,000억원 상당인데 (배드뱅크인) PEF 구조에 담기 위해 유암코와 협상 중인 부실채권은 2조원 정도 됩니다. 이번 협상은 유암코를 통해 국내에서는 시장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PF 부실채권 포트폴리오 거래가 처음으로 이뤄진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장은 "이런 사례들이 긍정적으로 정착돼 앞으로 추가 거래가 이뤄지면 부실로 치부됐던 PF사업장이 살아나고 해당 건설사들에도 자금의 숨통이 트이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암코가 국내 부실채권시장을 견인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암코는 지난해 이미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수십개의 회사들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부실채권을 6개 은행들로부터 한데 모아 사들인 경험이 있어 노하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PF배드뱅크 어렵지 않을 것

베드뱅크의 관건은 단순히 부실채권을 떠안는 것이 아니라 도맡은 부실채권 중 회생 가능한 것을 살려 투자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실채권사업장 관리 노하우도 필요한데 이 사장은 유암코가 이 분야에도 통달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PF사업장의 부실채권을 관리해보니 의외로 회생ㆍ처리구조가 단순 명료했습니다. 특히 레지던스(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 건설사업장의 경우 분양률이 50%만 되면 일단 시공사 등이 선투자 비용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률이 그만큼 나오도록 분양가격을 20~30% 정도로 낮춰보니 절반 이상 분양이 되더군요."

이 사장은 "요즘 이런 부동산자산을 다루다 보니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사업자)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유머를 던지기도 했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말 7개 국내 은행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추진하고 있는 PF 정상화뱅크와 관련해서도 "조만간 자산가치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얘기를 꺼냈다.

"자산 내용을 들여다보니 권리관계가 복잡한 저축은행 물건은 매우 적고 대부분 (권리관계 및 채권단 협의구조가 단순한) 시중은행 물건입니다. 앞으로 해당 자산을 운용해봐야겠지만 부실처리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

'미스터 워크아웃'에서 '부실채권 해결사'로


■李사장은

두뇌회전 빠른 이헌재맨… 한때 음반기획사 근무 외도도
"무능하면 부지런하지 말라" 직선적인 경영철학 가져


"'이헌재 사단'의 촉망 받는 분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성규 사장은 가장 명쾌한 사람입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던진 인물평이다. 이성규 사장은 과거 하나지주에서 부사장을 지내며 김 사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김 사장과 잠실의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기도 한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이 사장의 전광석화와 같은 업무처리 에 감탄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해결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사업의 숙제를 함께 풀어가는 데 좋은 동반자였다는 것.

이 사장에게는 별칭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몇 있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오른팔이라는 것이 첫 단어다. 이 사장은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는 '이헌재식 경영철학'이라는 저서를 쓰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신용평가 사장이었던 이 전 부총리는 서울대에 있던 정운찬 전 총리에게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이때 추천한 사람이 바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서근우 전 하나은행 부행장과 이 사장이었다.

빠른 두뇌회전이 특기인 이 사장은 이 전 부총리의 눈에 들었다. 연설문을 대신 써줄 만큼 필력도 대단하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장에 선임된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의 격랑 속에 채권단ㆍ기업오너ㆍ제3자 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풀기 위해 이 사장을 찾았고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의 중책을 맡겼다.

이후 그에게는 또 다른 수식어가 덧붙여졌다. '미스터 워크아웃'이다. 이 사장이 외환위기 이후 14년 만에 은행권 부실채권을 수술하는 유암코 수장으로 귀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스터 워크아웃에서 '(부실채권)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주변에서는 저를 미스터 워크아웃이라고 불러주시지만 생각해보면 제 본질은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구조조정에 한평생을 바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엉뚱한 외도를 하기도 했다. 한신평에서 근무하다 말고 1996년 느닷없이 음반기획사(한국EMI)에 입사해 3년가량 일하며 이사직까지 맡은 것이다.

다면적 삶을 산 그는 솔직하고 직선적이며 현실적인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무능하면 차라리 부지런하지 말라'는 것. 언뜻 독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주변에는 대리급 수준의 미시적 경영에 함몰돼 그것을 자랑으로 삼는 경영인들이 적지 않아요. 적어도 최고경영자(CEO)의 미덕은 농업적 근면성이 아니라 짧아도 미래를 예견하는 것입니다. "

◇약력 ▦1959년 충남 예산 ▦서울사범대부설고 ▦서울대 경영학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1985년 한국신용평가 책임연구원 ▦1996년 한국EMI뮤직 실장ㆍ이사 ▦1998년 기업구조조정위 사무국장 ▦2000년 서울은행 상무 ▦2001년 구조조정전문회사(CRV)설립추진위 사무국장 ▦2002년 국민은행 부행장 ▦2004년 금융발전심의회 4개 분과위원 ▦2006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9년~ 유암코 사장



기업부실채권 처리 '구조조정 특수부대'


■유암코는 어떤 회사

6개 주요銀 공동출자… 5년간 운영 한시조직
인력·노하우 적극 활용… 상시기구로 성장이 꿈


지난 2009년 10월 출범한 유암코는 6개 주요 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부실채권 처리기관이다. 당시 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기업은행과 농협 등 6개 은행의 출자규모는 1조원. 여기에 5,000억원의 대출금이 더해져 유암코는 현재 총 1조5,000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있다.

유암코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 등의 채권도 잇따라 부실화하자 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고 살릴 수 있는 채권은 정상화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탓에 유암코는 일차적으로 부실채권을 금융기관들로부터 매입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부실채권 매매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기업 부실채권의 경우 가치를 높이려면 경영이나 자산가치를 정상화하는 업무가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유암코는 단순한 부실채권 브로커가 아니라 부실기업이나 부실자산을 깨끗한 정상 물건으로 되살리는 기업 구조조정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유암코는 현재로서는 한시적인 임시조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부실을 처리한다는 일시적인 수요로 생겨난 탓에 정관에 5년의 시한이 박혀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네트워크로 엮이고 한층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므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또다시 금융시장의 부침이 없으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때 가서도 사후약방문식으로 금융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출자해 다시 임시조직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임시조직 형태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통해 체득한 부실채권 처리의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유암코의 꿈은 '한시조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금융부실을 상시 전담하는 '상설 특수부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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